디지털보험사 적자 지속과 생존 전략, 미니보험 한계 극복하고 장기보장성보험으로 체질 개선 가능할까?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비대면 영업을 중심으로 혁신을 외쳤던 디지털보험사들이 여전히 깊은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주요 디지털보험사 4곳의 1분기 당기순손실 합계는 324억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가 1,398억 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흑자 전환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기존의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장기보장성보험을 강화하고 대면 채널 및 법인보험대리점(GA)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등 전면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수익성 악화와 '탈디지털'을 선택하는 보험사들
현재 보험업법상 총보험계약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비대면 통신수단으로 모집하는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두 곳뿐입니다. 과거 같은 길을 걸었던 캐롯손해보험은 자본 건전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난해 한화손해보험과 인수합병되었으며, 하나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은 사실상 디지털 타이틀을 내려놓고 대면 영업 체제로 복귀했습니다.
하나손해보험은 디지털 보험 시장의 정체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장기보험 위주로 전형적인 보험 영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한EZ손해보험 역시 토스나 뱅크샐러드 등 디지털 GA 채널을 활용하고는 있으나, 실제 보험료 수입의 대부분은 대면 설계사 채널을 통해 발생하고 있어 무늬만 디지털보험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설계가 복잡하고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보험 상품을 비대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화면만으로 소비자에게 이해시키고 가입까지 유도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줍니다.
100% 비대면 채널의 명암과 혁신 영토 확장 전략
끝까지 100% 비대면 영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플랫폼의 강점을 극복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2013년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라플레이'를 운영하며 상반기 '멘탈케어 보험' 등 독특한 틈새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역시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인 트래픽을 기반으로 여행자보험 누적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양사는 가입이 간편한 미니보험을 일종의 입문 상품으로 활용하여 고객을 유인한 뒤, 영유아 보험, 초중학생 보험, 펫 보험 등 장기 보장성 상품군으로 연계하는 징검다리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년 대비 보험 수익은 교보라이프플래닛이 286억 원으로 44% 증가했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571억 원으로 62% 성장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적극적인 마케팅 푸시를 수행하기에는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한계가 명확하여, 기존 대형 보험사들과 차별화된 디지털보험사만의 진정한 혁신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블로거의 인사이트(Insight)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디지털보험사들의 실적 악화와 전략 변화를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카카오페이나 토스 앱을 통해 몇 천 원짜리 원데이 운전자보험이나 여행자보험을 접했을 때는 보험 시장에도 드디어 엄청난 혁신이 찾아왔다고 환호했습니다. 복잡한 서류 절차 없이 몇 번의 터치만으로 가입이 가능한 편리함은 분명 기존 대형 보험사들이 주지 못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니, 결국 스타트업 수준의 편리함만으로는 거대한 자본과 전통을 자랑하는 보험 업계의 벽을 넘기가 어려웠음을 실감했습니다.
보험이라는 상품의 본질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위험'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가 스스로 앱을 켜서 수십 년 동안 매달 수십만 원씩 내야 하는 암보험이나 종신보험을 자발적으로 가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설계사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고 커피를 마시며 보장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전통적인 대면 영업 방식이 왜 수십 년간 굳건하게 살아남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었습니다. 신한EZ손해보험이나 하나손해보험이 디지털을 표방하다가 결국 대면 영업과 GA 채널로 발길을 돌린 것은 생존을 위한 지극히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판단됩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여행자보험으로 500만 명을 모았다는 뉴스도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정작 내실을 들여다보면 적자 폭이 매년 늘어나 작년에는 524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이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커피 한 잔 값의 미니보험을 아무리 수백만 명에게 팔아보았자 서버 유지비와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결국 이들이 살길은 카카오톡이나 토스를 통해 확보한 수많은 젊은 고객층을 어떻게 장기 보장성 보험이나 하이엔드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전환시키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앞으로 디지털보험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대형사들의 상품을 그대로 모바일로 옮겨오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챗GPT나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하여 완벽하게 개인화된 초정밀 위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해 걸음 수에 따라 매일 보험료가 실시간으로 할인되는 등 대면 설계사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고차원적인 디지털 혁신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제약 시장에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영역이 철저히 나뉘듯, 디지털 보험만이 할 수 있는 든든하고 독창적인 영토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향후 거대 금융 그룹의 자회사로 흡수합병되는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통적인 대면 영업의 한계를 깨고 출발했던 디지털보험사들이 구조적인 수익성 한계에 부딪히며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미니보험을 통한 모객 전략의 유용성을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CSM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보장성 상품 개발과 효율적인 디지털 판매 채널 구축을 동시에 완수하는 기업만이 향후 대전환의 시기에 진정한 승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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